보도자료 인사말 축사 정보통신 학술 토론회를 여는 까닭 한글: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우주로 인터넷과 일자리 행사사진

한글의 세계화, 우주화

진용옥(陳庸玉) 경희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국어정보학회장

한글 창제 당시의 자모를 조합하면 무려 18억13만9천6백자가 나타날 수 있다. 과히 천문학적 숫자이다. 그러나 1933년에 이르러 24자로 줄어들고 마디글자는 11,172자로 축소되었으며 1985년 전산용 완성형 부호계는 2,350자 까지 축소되었다. 그러나 곧바로 4,850자로 확대되고 1997년에는 유니코드를 활용할 경우 23,500자로 확대하였으며 극히 최근 어느 글편기(글월편집기)는 한글 50만자 수준의 마디글자가 생성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많은 글자 수는 필기시대는 그렇다 치고라도 활자시대에도 여전히 비경제적이었다. 아마도 한글의 축소 지향적 경향은 바로 여기에 연유했을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자 사정은 달라졌다. 모아쓰기를 자동으로 터득할 수 있는 지능기계(전산기)의 덕분에 한글 자모만을 입력시켜도 마디글자를 자동적으로 토해 놓을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춈스키가 말하는 생성틀이나 튜링의 지능 생기틀 구조와 아주 일치하는 것이다. 세종은 무려 500년이나 앞서 이 이론을 한글 창제를 통해 실현했으며 이 때문에 한글은 컴퓨터를 염두에 두고 창제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제공하게 되었다. 구체적 사례로 로마자 공세에 살아 남은 글편기는 오직 한국뿐이며 셈틀보급률(대수가 아닌)면에서 일본을 앞지르는 것 또한 이러한 구조적 특징에서 유래한다고 보는 것이다.

수가 많으면 쓰일 곳도 많은 법, 글이 없어 말(언어)까지 죽어 가는 3500여개의 소수민족들에게 글을 만들어 주는 일이나, 10억으로 추산되는 글소경사람(문맹인)들을 일깨워 주거나, 에스페란토 말을 글로 적을 때는 무엇보다도 한글 음성문자가 제격이다. 이를 확대 적용한다면 일본이나 중국과 같이 한자말을 컴퓨터로 입력시키기가 곤란한 문자들을 위해서 한글은 소리기호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절대자와 교신한다고 주장하는 방언형태의 읊조림, 굿거리 말(사설), 주문(呪文)음성신호 등을 정확히 적어 놓는 일, 칼 세이건이 고안하여 파이어니어호에 탑재했던 시늉말(제스츄어)로 된 외계인과의 교신 엽서글 등은 모두 한글로 적어야 제뜻(其情)을 나타낼 수 있다. 물론 다른 글로도 적어놓을 수 있겠으나 말과 글이 서로 달라 사맛(流通)치 못할 것이다. 특히 외계인과 교신할 때는 지금 쓰지 않는 한글 마디글자가 소용되는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다. 이는 한글이 우주(하늘)와 자연(땅)과 인간(사람)들이 니르고져(欲言)하는 소망을 표기하기 위하여 창제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글 이외 세계문자의 대상으로는 한자와 로마자가 있다. 그러나 한자는 과거기록에는 탁월한 능력이 있으나 미래를 창조하는 문자는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자는 첫 번째 천년은 몰라도 세 번째 천년의 대안은 아니다. 로마자는 어떠한가? 말과 글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접어두고서라도 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대부분은 자기 이외의 존재는 지배하는 대상이지 더불어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독선인지는 몰라도 2번째 천년에는 화려한 꽃을 피웠으나 더불어 살아야 하는 3번째 천년 동안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한글은 보편성과 개방성을 함께 지니고 있으며 세계인 누구라도 컴퓨터와 인터넷에 손쉽게 시려 펼 수가 있기 때문에 세 번째 천년은 한글의 세기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오늘은 세종 탄신 602돐이며 스승의 날이다. 우리들의 영원한 스승을 기리기 위해 여주대학에서 기념강연회를 열고 한글을 세계화, 우주화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에 매진할 것을 다짐해 본다.